국군 기무사령부 개발병

goddoro
9 min readSep 1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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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개발자 doro입니다.

군사안보지원사령부 ( 구 국군기무사령부 )

Introduction

요즘 DP를 재밌게 보고있다 보니, 저의 군생활 생각이 참 많이 나서 글을 써보게 되었습니다. 군인이 저렇게 밖에 잘 나돌아다니고 머리도 기르고, 거의 민간 경찰 아닌가 싶네요. 근데 저의 군생활도 조금은 특별했습니다.

간첩 잡는 방첩부대인 국군기무사령부에 전입받아 20개월 조금 넘게 군생활을 했었는데 저의 전공인 컴퓨터공학을 살려 보안 관제 및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된 일을 군생활 내내 했었습니다.

세부적인 업무 내용은 군사비밀(?)이라고 했으니 적지는 못합니다만 기무사 출신 병사로서 세세한 현실고증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입대

저는 병무청에서 서류-시험-면접을 보고 정보보호병 이라는 보직으로 입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정보보호병은 대부분 상급 부대에서 관제 근무만 하게 된다고 들었어서 좀 더 막중한 책임과 역할을 질 수 있다는 생각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정보보호병 선발요강

경쟁률이 한 10:1은 됐었던 것 같습니다. 40명 선발하는 보직에 병무청에 면접 보러왔던 지원자만 해도 몇 백명은 됐었으니깐요. 후에 같이 군생활한 동기가 이 때 1등으로 선발되었던 친구였는데 천재아닌가 싶을정도로 똑똑한 동기였습니다. 저는 군대를 늦게 갔던지라 다른 지원자보다 경력과 지식이 많았어서 무난히 합격하지 않았나 합니다.

선발

정보보호병으로 논산훈련소로 입대를 했고( 훈련소는 모두에게 공평하죠..), 훈련 도중에 운 좋게 국군기무사령부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받게 되었고, 몇 번의 면접을 통해 정통교를 거쳐 기무사로 전입을 받게 되었습니다.

안보지원사령부 병 선발절차

뭐 지금 생각해보니 어느 IT회사만큼 빡세게 뽑았던 것 같네요. 소프트웨어 및 보안 지식도 물어봤고 사회에서 했던 프로젝트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인사담당장교의 눈에 들어서 3명만 선발되는 부대에 선발되었으니 처음에 정보보호병으로 지원했을 때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은 부대에 전입하게 되었고 운도 정말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사이버보안상황센터

매일같이 출근했던 건물입니다. 아득하네요…

국군기무사령부의 주요 미션은 방첩입니다. 외부로부터의 침입에 대한 보안은 사이버작전사령부가 수행하고 기무사는 내부에 있는 보안위규탐지가 주된 업무입니다. 그래서 보안 기능을 수행하는 서버들을 다루는 업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이버보안상황센터라는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는데, 상황센터에는 관제 기능을 하는 여러 대의 서버가 있었고 이를 모두 다룰 줄 알아야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4교대로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며 군내부에서 발생하는 사이버 보안 위규탐지를 했었습니다. 공군 장교로 근무하던 대학 동기의 이름을 사무실 보안 프로그램 로그를 통해 확인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정말 신기하더군요.

사이버보안상황센터 사진(앞줄 오른쪽이 접니다)

전입받자마자 어떤 서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숙지 했어야 했고, 리눅스 기반으로 구성된 서버에서 보안 관련 작업을 했어야 했기 때문에 리눅스 명령어부터 운영체제 지식까지 알고 있어야 할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백신 관련한 작업은 너무 복잡해서 신병들이 전입을 받으면 가장 골칫거리로 여겼던 기억이 있네요.

막 전입받았을 때는 선임들이 크롤링 서버를 구축해 군 인트라넷 내부에서의 보안위규탐지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를 인수인계 받아 사용을 했었고, 소스 코드를 읽고 추후에 유지보수 작업 또한 했었습니다.

상병때부터는 3명이서 팀을 꾸려 Vue.js를 이용해 국방부에서 이용하는 홈페이지들을 관제하는 보안 시스템을 개발하는 일을 했습니다.

프레임워크를 이용하는게 간부님들의 관점에서는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을 하셨는지 설득하는데 꽤 오래걸렸습니다. 네트워크 기본지식과 보안개념이 잡혀있어야지만 진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었고, 선임들과 머리를 맞대며 어떻게든 마감일 내에 완성을 해 포상휴가를 받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하며 쌓은 지식으로 실제로 웹페이지를 만들어야 할 때, Vue.js를 이용해 깔끔하게 만들 수 있어서 참 좋았던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고증

기본적으로 사이버보안상황센터의 야근근무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14시간동안 근무를 했어야 됐습니다. 주간근무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하게 되죠.

주야비휴 근무표

고된 경계근무는 아닌 관제 근무를 했을지라도, 3–4일에 한 번 밤을 꼬박 샌다는것은 너무 힘든일이었고, 밤낮이 뒤바뀐 저 또한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피부 트러블도 군생활 내내 났었고, 항상 좀 몸과 정신이 피곤한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또한 병사들이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돌아가지 않는다거나 에러를 발생할 경우에 간부들에게 엄청난 욕을 얻어먹곤 했습니다.(이건 뭐 개발자라면 누구나 겪는 일인듯하네요) 보안이 상당히 중요한 부대였던터라 망혼용같은 작은 실수에도 징계를 먹었고, 일반 병사들에 비해 지는 책임감이 조금 남달랐던 것 같습니다.

개발병의 장점

1. 원하는 자기개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업무중에는 민간에서 운영되는 군의 웹 홈페이지 관제가 포함되어 있었기에 상황실에는 외부 인터넷이 되는 컴퓨터가 3대정도 있었습니다. 이 컴퓨터로 참 재밌는 일을 많이 했었습니다.

센터장님께서 근무지의 컴퓨터로 코딩 공부를 해도 된다고 허락을 하셨기 때문에, 관제중 딱히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을 때는 선임,동기와 파트를 나누어 서비스를 만든적도 있었고, 같이 공부를 하곤 했었습니다.

대부분의 선임들이 보안 공부를 하다온 개발자들이어서, 취약점 분석을 하는 일을 했었고, 저는 웹개발 하는 선임과 함께 웹/앱개발 전반적인 공부를 자주 하곤 했었습니다.

단순히 편하게 군생활을 한다를 넘어서 IT업계에 몸담구고 있는 동기 및 선임들과 자기개발을 정말 미친듯이 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말년 병장때는 스타트업 팀에 들어가서 근무지나 사지방에서 코딩을 하루종일 할 수 있었는데, 이 때, 안드로이드 개발담당으로 회사 일을 하는데 전혀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었습니다.

2. 간부들이 병사를 존중해주었습니다.

대부분의 병사들이 컴퓨터공학과 출신이거나 해킹 보안 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병사들이 간부들보다 컴퓨터 관련 지식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간부들의 주특기가 정보보호쪽이긴 했지만 IT업계에서 현업 개발자로 일하고 오던 친구들과는 비할 수가 없더군요.

부대 선임들이 “병장들"이라는 이름으로 대회를 참가해 우승을 하곤 했었습니다.

그래서 상명하복의 명령보다는 간부들이 병사한테 문제 해결을 위해 물어보는 경우도 많았고, 개인적인 학위 취득을 하던 간부님들은 알고리즘 문제 등을 물어보곤 했었습니다.

또한 야간근무를 끝내고 생활관으로 복귀했을 때는 핸드폰을 사용한다거나 사지방을 사용하는 등, 딱히 간부님들이 터치하지 않았었습니다. 부대내에서 하는 작업도 열외였고, 물론 운동회같은 좋은 행사도 열외였습니다.

3. 훈련을 일체 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보면 당연한건데 24시간동안 군 내부 보안 관제를 해야했기에 훈련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군 내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원하지 않게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당시에는 이게 참 장점이라고 여겼었습니다.

4. 휴가가 많았습니다.

서버에 문제가 생기거나 SW에 문제가 생기면 근무 시간외에 병사를 불러서 해결을 하고 포상휴가를 주고는 했었기에 평균적으로 휴가를 80일 이상 나가곤 했었습니다.

5. 근무환경이 쾌적했습니다.

일단 부대 자체도 서울 사당동 바로 아래인 과천에 위치해서 외출해서도 놀기 좋았습니다. 사당 맛집은 다 가본 것 같군요..

제가 근무했던 건물이 8층짜리 빌딩이었고, 엘레베이터를 포함해 출입게이트 등 군대라는 느낌이 좀 덜 드는 환경이었습니다. 전투복대신에 근무복에 단화를 신고 군생활을 하곤 했고 (사령관이 바뀔때마다 좀 달라지긴 했었습니다), 대부분의 건물이 리모델링한지 3–4년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6. 전역하고도 동기들과 자주 연락을 하곤합니다.

어찌됐든 같은 업계사람들이기 때문에, 요새 유행하는 기술스택을 공유하기도 하고, 각자 잘하는 분야가 달랐었기에 모르는 것이 있으면 질문을 하기도 하고, 군대 동기들끼리 모여서 술먹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꽤나 유용하게 서로를 도울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습니다.

전역

저는 군대 다시 가라면 다시 갈 것 같은데요. 흔히 군필자들이 뭐 얼마 주면 군대 한 번 더 간다 그런 얘기를 많이 하곤 하는데, 저는 군대 생활이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 였고,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물론 군인으로서 배운 책임감이나 눈치 같은것들이 좀 더 도움이 많이 되었기는 한데, 그래도 자대배치 받고 내내 컴퓨터를 달고 살았던게 전역을 하고도 바로 스타트업에서 일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정보보호병이나 안보지원사령부에 궁금한점이 있으시면 제 이메일로 문의주시면 아는만큼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181221/9/BBSMSTR_000000010021/view.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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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goddoro

TVING에서 동영상 플레이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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